오늘은 부제목으로 조금 양념을 쳐 봤습니다. 너무 일반론적인 이야기는 뻔한 데다, 긴 시리즈로 이어지는 글은 맥락을 간간이 부각해주지 않으면 읽히지 않게 되니까요. 그래서 이번 글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구성해서 전개하고자 합니다. 네, 제목에서 보셨다시피 프문 사태와 관련이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맥락으로 쪼개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이 사태를 촉발한 인셀이라는 이들은 누구인가?
둘째, 한국의 인셀들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게임이나 그와 연결된 맥락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가?
그럼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에도 맥락에 따라 끊어둘 테니 천천히 쪼개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있습니다. 완벽하게 똑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죠. 그러나 우리는 비슷한 특성을 지닌 이들을 묶거나 다른 특성들로 대표되는 집단으로 갈라 이해하곤 합니다. 왜 그러는 건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답은 간단합니다. 편견은 언뜻 보기엔 부정적인 생각이지만, 사실 쓰기에 따라 세상을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데 좋은 도구가 되는 까닭입니다.
이번에 제재로서 다뤄질 인셀남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 또한 그 맥락에서 기인합니다. 그 단어의 의미는 맥락에 따라 확장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특정한 기준에 따라 성립된 하나의 편견이니까요. Involuntary celibate. 비자발적 독신주의자라 흔히 번역되지만, 의미를 조금 더 파헤쳐 다듬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involuntary).
성관계도 결혼도 하지 않는(celibate).
즉, 연애와 결혼을 원하는데도 그것을 하지 못한 이들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저 해석대로라면 인셀이라는 단어는 성중립적인 단어라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왜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인셀의 대척어로 펨셀(femcel, 여성 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을까요? 뒤집어 생각하면 Voluntary celibate. 자발적 독신주의자가 되어야 할 텐데 말이죠.
사실 답은 간단합니다. 인셀이라는 단어는 1990년대 후반 캐나다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생겨났고, 당시는 여성의 사회적 발언권이 지금보다도 더 약했으면 약했지 강한 시기는 결코 아니었던 까닭입니다. 그러니 자칭 인셀들 중 겉으로 드러나는 이들은 거진 다 남자였다는 거죠. 이 과정에서 인셀들은 자신들의 집단을 남성 공동체로 정체화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국경을 넘어온 인셀이라는 단어는 한국 커뮤니티에서도 그 의미로 정착하고요.
그런데 왜 연애와 결혼을 하지 못한 이들이 이 사태와 관련이 있냐고요? 프문 사태와 맥락을 함께해 화제가 되었던 사건과 엮어보겠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여성(캐릭터)을, 나아가 그들의 권리마저 살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림버스 컴퍼니’ 사태가 보여주듯, 캐릭터를 만들어 낸 현실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똑같은 잣대로 그들에게 복종할 것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반하는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는 '해고'되어 마땅하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능력과는 상관없이 여성이라면 일단 복종시키거나 자신의 입맛대로 주무르려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하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맥락이 한국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것은 간단합니다.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로 인한 남아 선호 사상이 그것의 주요 원인이죠. 여아 낙태가 셀 수 없이 자행되었던 시기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며, 저 또한 그러한 시기에 태어난 이들 중 하나였어요.
남녀 합반이면 남자가 늘 더 많았고, 남녀 분반이면 남자 반보다 여자 반이 한두 반 정도 수가 적었거든요. 경상도라 남아 선호 사상이 더 두드러진 것도 있었을 거예요. 남아를 선호했기에 지워진 여아가 그쯤 되었던 거겠죠. 자연 상태에서 성비는 보통 105(여아 100명당 남아의 수)에 가까운데도요.
문제는 그것이 경상도에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그 경향이 두드러졌어요. 실제로도 그와 관련된 공신력 있는 자료는 꽤 많죠. 몇 개만 인용하겠습니다.
자연상태에서 출산아의 출생성비는 105(여아 100명당 남아수) 내외로, 남아와 여아의 출생확률은 각각 51%와 49%로서 4명의 자녀를 낳을 경우 확률적으로 2명의 남아를 가지게 된다.
1990년을 예로 들면 그해의 출생성비는 116.5라는 이례적인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외환 위기 이전까지도 그러한 경향성은 꾸준히 유지되어 왔습니다.
이런 역경 속에서 태어난 여성들은 삶 자체가 고달플 수밖에 없죠. 대개는 남자 형제가 있고, 그로 인해 대놓고 차별당하거나 뒷전으로 밀려나기 바빴으니까요. 그러니 적잖은 수가 능력을 키워 집을 뜨거나 가족과 절연하는 식으로 자기 삶을 살아가더라고요. 여성 비혼주의자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결혼 안 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으니.
하지만 보통 남성 비혼자(비혼주의자 아닙니다)의 경우는 아닌가 보더라고요. 결혼 안 하면 사람답게 못 산다고 생각하는 느낌이었어요. 하긴 집안일도 제대로 안 해본 남자가 대부분일 텐데 누가 보살펴주지 않으면 사람답게 못 살겠죠. 문제는 연애와 결혼 또한 능력이 되어야 하는 것이며, 성비조차 이 모양인데 능력과 인성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어떻게 결혼을 하겠습니까. 능력도 인성도 안 되는 남자들이 사회적으로 활개치고 있으니 자기도 그럴 수 있다고 자위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하고요. 이러니 내 능력은 부족하지 않다. 나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가 문제인 거고, 내 마음대로 안 움직여주는 여자가 나쁜 거다. 그게 바로 그들의 생각입니다.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키워지다 보니 사회화나 자기성찰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리가 없죠. 자기 잘난 줄만 알고 날뛰는 그들은 되레 사회가 자신들에게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탈선한 열차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없듯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 없이 점점 더 제멋대로 굴게 됩니다.
문제는 아주 특출난 사람이 아닌 이상, 아니 특출난 사람이어도 사회에 맞춰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한국 인셀남들은 그걸 몰라요.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어하거나요. 자기가 아무리 부족해도 주변 사람들이, 주변 환경이 그 부족함을 용인하거나 그런 부족함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식으로 오랫동안 떠받들어 줬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오냐자식이 후레자식 된다는 속담을 모르는 양육자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이렇게 인간이 덜 되어 활개치는 남자들이 이렇게 많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어떠한 이유로든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까요? 자기 행동을 제대로 책임져 본 적이 없으니 그 대가로, 속된 말로 하면 뚜드려 맞죠. 부드럽게 다루어지기만 했으니 모난 돌 그대로니까요. 그리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건 이미 정해져 있었어요. 다만 그들이 자신이 지닌 기득권을 바탕으로 억지를 부려서 연장해 왔을 뿐.
그 연장이 이제는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시기가 온 거고요. 사람은 사람이지, 부처가 아니니까요. 그걸 계속 참아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그들이 도태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에요. 그렇게 도태된 남자들이 향한 곳이 자신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주(고 있다고 그들이 착각하)는 여성 캐릭터가 있는 서브컬쳐 장르였고요.
다시 말해 능력도 인성도 안 되는데 마냥 떠받들어진 탓에 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었던 남성들은, 그로 인한 울분을 온라인 커뮤니티나 서브컬쳐 장르를 통해 해소하고, 무능한 자신을 유능한 척 포장해 과시하면서 점점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반성은 물론 하지 않죠. 반성할 필요를 못 느끼니까.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만화 등의 서브컬쳐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를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방식으로 소비하면서도 그것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누가 지적하면 제대로 듣지도 않고, 지금 한창 이슈가 되는 DC인사이드 갤러리 등지에서 맞는 말을 하면 차단으로 쫓아내 버리는 일은 그것이 극단화된 형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러니 커뮤니티 내에서 자정이 안 되고, 썩은 물은 계속 썩어서 다른 것들까지 오염시키고 병들게 하죠.
인셀들의 객관적인 수가 어느 정도인지 통계를 내기는 어렵겠죠. 익명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개치니 다중 계정으로 활동하는 경우의 수도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이유는 이러한 맥락으로 대강 설명이 됐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발생한 인셀들이 어떤 일을 일으키는지, 프문 사태를 중심으로 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어떻게 행동할까요?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어요.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거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받아들이기에 이릅니다. 게임 개발자가 자신의 불순한 사상을 게임 내에 삽입한 작업물로 드러냈으니 그를 해고하라고요. 그 의견을 받아들여 2년 동안 함께 일해온 사람을 냅다 전화로 잘라버리고요.
이런 일들이 왜 가능했을까요? 그들이 사회의 주류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그 기준은 당연히 남자라는 성별이고요. 아까 말한 가부장제와 남성우월주의가 그 근본적인 원인이었죠. 맥락상 너무 길고 복잡한 설명은 생략하고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네요.
집안에서 가장 큰 어른은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이며, 가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최종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었던 고대 폴리스 아테네에서 시민이란 시민권이 있는 성인 남성만을 의미하였으며, 여성은 그 이후로도 사회 및 정치 등의 영역에 진출할 기회조차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박탈당한 상태였고 그들의 참정권은 19세기 후반에야 인정되었다.
하지만 실상, 권리와 권한은 최초에는 능력으로 인정받거나 투쟁하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지금은 시간이 지나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거고요.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지경에 이르니, 말도 안 되는 걸 말이라고 우기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맙니다. 그것도 사회 전반 영역에 걸쳐서요.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할 사법계에서도 그렇지 못한 판결이 얼마나 많이 나오던가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사실은,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그간 쌓이고 쌓였던 감정들과, 이 글에서 언급한 프문 사태를 비롯한 수많은 사건이 기점이 되어 계속 문제를 제시하는 동력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강자의 약자 억압'이라는 맥락을 같이하는 것들을 간단히 나열해 보자면 용산 철거현장 화재 사건(용산 참사라 불리는 그 사건입니다), 넥슨 사행성 아이템 확률 조작 사건(메이플스토리 큐브 그 사건 맞습니다), 클로저스 성우 교체 사건, 남양유업 대리점 강매 사건(흔히 남양 갑질로 불린 사건입니다), SPC 노동자 기계끼임 사망 사건(심지어 이건 1년 동안 같은 곳에서 두 번이나 일어났죠), 부당한 계약 조건으로 혹사당해 병들고 쫓겨나 죽어가거나, 쫓겨나지 않으려고 몸을 갈아넣어 일해야만 하는 수많은 노동자들…
이외에도 셀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죠. 심지어는 성인이 되기도 전에, 원치 않는 폭력에 노출되어 죽음까지도 생각하는 학생들의 존재까지도 생각해 보면 이 사회 전체가 병들어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일입니다.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예요.
제가 이것을 문제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모든 생물은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으면 대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알리는 것이 아주 가치 있는 일인 것도 그와 맥락을 같이해요. 문제를 알리고, 그 대응책을 세우고, 실현되게끔 하는 것.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문제를 알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아요.
제가 이 글을 쓰는 것도 그런 까닭이죠.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 일으킨 이들이 대체 어떤 이들인지, 왜 그런 이들이 됐는지. 원인을 짚어가면 자연스럽게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은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면 될까요? 간단해요. 흐름을 보고, 원인을 탐색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나와 생각을 함께하는 다른 이와 힘을 합치면 내가 바라는 세상이 도래할 가능성도 높아질 거예요.
모든 것은 뿌린 대로 거두는 법입니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계속 간 이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고, 잘못된 것을 알고 그것을 고치려는 이들의 노력은 언젠가는 결실을 맺습니다. 그것이 수십 년이 지나서든, 수백 년이 지나서든요.
내가 살아 있을 때 바뀌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거 아니냐고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묻겠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은, 여러분이 오롯이 노력하여 얻은 것인가요, 아니면 태어나 보니 여러분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노력으로 우연히 얻어진 것이었나요?
얻는 것이 없다고 행동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죄악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행동으로 옮겨주세요. 사소한 것이라도 여러분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요.
그것이야말로 인간답게 살아가는 가장 참된 방법 중의 하나이며, 모든 것은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일지니.
그럼,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