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 요약
일정 하루 만에 짜고 이틀 안에 회사 일 미리 처리하고 항공권 예매하고 레일패스 구매하고 숙소 잡느라 파김치 돼서 일찌감치 뻗어 잠
두 번째로 떠나는 나홀로 해외 여행이라 이미 경험치가 어지간히 쌓인 탓에 나머지 짐을 싸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여권과 지갑, 의류와 위생용품(칫솔치약, 세안용품, 바디워시, 샴푸린 등), 수건과 손수건, 마스크, 약간의 화장품(기초, 눈썹 및 섀딩용 화장품, 립밤 등), 누오 굿즈 약간, 카메라, 충전기, 보조 배터리, 실온보관이 되는 음식 약간과 물을 담을 텀블러. 지인분 카메라도 빌려가긴 했는데(유튜브 방송용으로도 자주 쓰는 액션캠) 사용법이 손에 익지 않아서 좀 쓰다가 말았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2박 3일로 짧게 있다 올 거라 내가 원래 쓰던 캐리어(23인치인가 그랬을 거다)와 배낭 하나만 챙겼다. 짐 싸기도 빨리 끝났고, 출발은 낮이니 공항철도 타고 편히 이동하면 되고(지난번엔 아침 출발이라 새벽에 리무진버스를 타느라 돈이 꽤 깨졌다), 공항에서의 행동 요령도 익혔으니 비행기도 여유롭게 탑승하면 될 거고.
그렇게 공항철도를 타고 느긋하게 공항에 도착해 항공권을 발권하고 수하물을 부친 후 와이파이 도시락을 챙겨 셔틀트레인을 타고 탑승구로 향하는 동안에는 거의 모든 것이 완벽했다.
거의 모든 것이라 한 것은…
한국 포켓몬 온라인 샵에서 구매한 누오 굿즈가 내가 집을 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송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문제는 10시 반에 집을 나서면 비행기를 타느라 또 죽음의 질주를 했을 것이라 일찍 나온 게 결국 최선이었다는 것이다. 운이 없었다면 아예 비행기를 놓쳤을 것이고. 굿즈 좀 늦게 확인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사흘간 소포 상자가 저대로 방치된다는 게 다른 입주민 분들께 좀 죄송스럽지만 그건 내가 어떻게 손을 써볼 영역을 벗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난 진에어와 그리 인연이 좋은 편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륙이 지연된 것이다. 한 시간 가까이. 이전 여행에선 귀국편 비행기를 진에어로 잡았었는데 그때도 두 시간 연착했었으니, 인연이 좀 아닌가 보다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 않은가. 이코노미 좌석에 낑겨 탄 채 세 시간 넘게 버티는 것은 한 달 전 두 시간을 타국의 공항에서 멍때리며 날린 것과 마찬가지로 역시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날의 자그마한 위안이 있었다면, 날씨가 좋았다는 걸까. 지난 여행 때 출국 일정에서는 날씨가 흐렸어서 예쁜 하늘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운 하늘빛을 보며 기분이 제법 풀린 덕에 타카마츠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다섯 시가 코앞이었지만 어그러진 일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덜했다. 일정이 크게 삐끗하지 않는다면 밤에는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고.
그러나 일이 그렇게 늘 잘 풀릴 리가 있나. 머잖아 나는 첫 번째 여행에서도 겪지 않았던 시련을 직면하고 말았다. 그 시련이란 바로…
-다음 편에 계속
전 계획 짜고 실천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계획이 심각할 정도로 어그러져서 아예 무언가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니라면 시간이 다소 늦어지거나 일정 순서가 바뀌는 건 그러려니 하는 편입니다. 살다 보면 계획이 어긋나기도 하는 거지 뭐.
그리고 제가 이 여행을 다녀온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현 시점에 한국의 제 자취방에서 여행기를 쓰고 있다는 건, 뭐, 많은 함의가 있겠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것 하나만 꼽자면 ‘무사귀환'이지 않을까요. 그러니 이 여정에 무슨 일이 생기든 그저 흥미로워하시면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이 터무니없는 동기와 계획에서 비롯된 광기의 여행기를 읽는 분이 얼마나 계실진 모르겠지만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