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또 갔沼 - 준비 편

고치에 두 달 동안 두 번이나 가냐 이 화상아


2025년 3월 12일. 이 사람은 고치에 다녀온 지 딱 한 달 만에 다시 고치에 발을 들이기로 했다. 정확히는 고치 너머 시만토까지.

지난 번 첫 해외여행으로 깡촌 가더니, 이번에는 그 깡촌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깡촌인 곳을 간다고 일본에 빠삭한 지인이 혀를 찼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누오가 두 마리나 한 자리에 온다는데.

고치현의 공식 계정에 올라온 소식에 따르면, 3월 15일 낮에 시만토의 도사시미즈에 있는 사토우미 수족관 테라스에 누오가 놀러 온다고 했다. 그것도 2마리.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직감적으로 누오가 2마리 오는 행사는 두 번 다시 열리지 않을 것임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그러나 15일 낮 이전까지 도사시미즈에 가 있으려면 14일 저녁에는 고치에 도착해 있어야 했다. 저녁 이후엔 대중교통이 끊기다시피 하는 지역이라 전날 저녁에 도착해서 숙박하고, 아침에 나가는 방법밖엔 없었으니까. 가는 데 서너 시간씩 걸리는데 버스나 기차가 하루에 몇 번 다니는 게 고작이라, 한 번 시간이 삐끗하면 출국 일정까지 순식간에 도미노 쓰러지듯 시원하게 망할 것이 뻔하지 않은가. 결국 이번 여행도 단단히 정신을 차려야 했다.

심지어 여행 일정 짤 시간도 촉박해서 지난 여행보다 하루가 짧은 일정이었는데도 준비 난이도가 오히려 더 높았다. 하긴 누가 해외여행 계획을 출국 이틀 전에 짜냐. 그 누구가 바로 접니다, 젠장.

한 시간 만에 짠 일정은 대강 이러했다.

3/14: 전날 짐 싼 거 오전에 확인하기-인천공항 2시 출발-타카마츠공항 3시 40분 도착-고치 6~7시쯤 도착(체크인)-저녁엔 가볍게 돌아다니기

3/15: 고치역 8시 출발(도산선 특급-아시즈리선-시미즈스쿠모선 타기)-사토우미 수족관 11시 반 도착-행사 구경(11시부터 2시 20분까지 진행)-1시 20분쯤 자리 떠야 함(안 그럼 수족관 근처에서 노숙하는 수가 있음)-1시 35분에 전철 타기-5시쯤 고치역 도착-쇼핑 좀 하고 일찍 자기

3/16: 오전 4시 기상-4시 50분경 고치역에서 JR 특급 타고 마루가메역까지 이동-7시 10분경 마루가메역 근처에서 리무진버스타고 타카마츠 공항까지 이동-11시 40분까지 멍때리다 비행기-인천공항 리무진버스 타고 3시쯤에 집 도착

한 시간 만에 계획을 이렇게 꼼꼼히 짠다는 게 누군가에겐 믿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가능한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언뜻 보면 비현실적으로 빡빡한 계획이겠지만, 일정이 살짝 어그러져도 어지간한 건 완수할 정도로 짠 계획이다. 계획이 실현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저렇게 빡빡한 계획은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는 건 알지만, 내게는 어렵잖은 일이다. 아니면 인생 첫 해외여행에서 면허도 동료도 없이 교통이 불편한 지역으로 떠나서 대중교통과 도보만으로 목적지들을 거의 다 찍고 무사히 귀환했을 리가.

물론 그렇게 계획을 빠르게 짠 것과 별개로, 더 준비할 것이 있었다. 퇴근길에 시코쿠 JR 레일패스를 구매하고, 숙소(이번에는 경비를 아껴야 해서 1박 2천 엔대 숙소를 구했다)를 예약하고, 비행기편을 예매했다. 이걸로 돈이 50만 원 가까이 깨졌다. 역시 비행기값과 일본의 민영화 철도의 위엄은 무시무시했다.

자기 전에야 부랴부랴 숙소를 예매한 게 확 티가 나는군. 워낙 급하게 여행을 준비한 탓에 준비하면서 찍은 사진은 별로 없었다. 연차도 급하게 냈었으니. 수요일에 금요일 연차를 신청하고 목요일 저녁에 짐을 싸다 기절하듯 잠들었던 것만 기억에 남아 있다.

벌써 10개월 전 일이기도 해서 세세한 건 잘 기억이 안 나기도 하고. 여행기를 늦게 쓴 업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 달 만에 또 여행을 떠난 것이기 때문에 일찍 썼어도 세세한 것들은 과감히 넘기고 큰 줄기만 잡아서 여행기를 썼을 거라 지금과 내용이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며칠간 회사 일을 앞당겨 처리하느라 지친 몸으로 까무룩 잠든 지 얼마나 됐을까. 눈을 뜨니 벌써 아침이 밝아 있었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