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오의, 누오를 위한, 누오에 의한 여행 - 출국편

인천공항에서 타카마츠공항까지~


지난 편 내용 요약

누오에 감김-누오가 고치 공식 홍보대사 포켓몬이 됨-여행 준비를 거의 끝냄-뜻밖의 사태로 고치 여행 계획이 틀어질 위기에 놓임

여행까지 9일이 남았던 그날은 2월 3일. 바로 누오와의 촬영회 이벤트 공지가 고치 관광 정보 공식 계정에 올라온 날이었다.

촬영회는 15일. 계획했던 여행 일정은 12~14일.

사실 여행을 계획할 때, 행사는 가면 좋고 못 가면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고치로 여행을 떠나기를 결심한 것은 최애가 홍보하는 지역을 한 번 돌아보는 게 의미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사에서 실물 사이즈의 초 카와이한 누오쨩을 볼 수 있다면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마당에 어림짐작으로 잡은 여행 일정 바로 그 다음날에 누오와의 촬영회 행사가 잡히다니. 이건 갈 수밖에 없었다. 가야만 했다. 행사에 참여할 요량으로 고치에 한 번 더 주말을 끼고 여행을 떠나는 건 이번보다 더 지출이 클 수도 있는 노릇이었고.  

결국 예매한 비행기 표를 취소하고 귀국편을 다시 잡기로 했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토요일에 돌아오는 표는 금요일과 큰 가격 차이가 없었지만, 금요일 표 취소 수수료가 10만 원을 훌쩍 넘겼다. 오. 마이. 아르세우스. 수수료를 떼고 돌려받는 돈은 신사임당 한 장이 채 안 되었다. 항공사들의 예산에는 이런 수수료로 챙긴 돈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젠장(※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이사람의 주관적 견해입니다).

그러나 속으로 욕을 한들 떼인 수수료를 돌려받기란 요원한 바. 언제 나올지 모르는 누오 소식 기다리면서 다시 해외여행 일정 짜고 돈 모으는 것보단 백 배 낫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음, 일단 마음이 편해졌으니 조왓써. 게다가 이걸로 누오를 볼 수 있다! 으헤헤헤헤.

이 뒤엔 가벼운 삽질 후 호텔 숙박을 하루 추가했고, 하루가 더 늘어난 여행 일정을 다시 짰다. 다행스럽게도 여유가 있을 때 가려고 물색해둔 후보지 몇 군데가 있어 일정을 수습하는 건 누오로 자시안 괴롭히는 것만큼 쉬웠다.

그로부터 대충 일주일쯤 뒤. 드디어 여행 전날이 되었다. 준비물을 계획대로 모두 챙기고 누오와 우파, 토오 굿즈를 가방 이곳저곳에 매단 뒤 눈을 감았다. 

누오 때문에 고치에 가는 건데 우리 포근누오쨩도 빼놓고 갈 순 없지. 누후훗.

5분이나 지났으려나? 8년 전 편도선 절제와 비염 수술을 하기 전 수면마취를 받았던 순간처럼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설레든 우울하든 배고프든 그 밖의 이유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머리 대면 거의 곧바로 커어억하는 특기 아닌 특기 덕분이었다. 이건 뭐 도라에X 노진X도 아니고...

알람에 눈을 뜨니 새벽 3시 20분. 세 시간 좀 넘게 잔 상태였지만 정신은 그런대로 말짱했다. 처음 계획은 서울역까지 버스로 가서 공항철도로 갈아타는 거였는데, 리무진버스가 낫다는 주변의 만류로 리무진버스를 타보았다. 확실히 비싸긴 했지만 좋았다. 짐도 실어주시고, 의자도 널찍하고, 버스 안도 쾌적하고 따뜻하고. 그 온기에 까무룩 졸다 보니 어느새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다만 무슨 마가 낀 건지 그날은 비가 내렸고, 공항에 도착하자 얼마 뒤 눈까지 와서 출발마저 지연된 상태였다. 으아앙 내 계획.

처음 와보는 공항의 널찍함에 살짝 길을 헤매고, 자동화 기기의 셀프 체크인 거부를 당해보기도 하고, 결국 줄을 서서 체크인과 수하물 위탁을 마치고 와이파이 도시락을 챙긴 후에도 두 시간 정도의 여유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내가 한 일은 시시하기 그지없었다.

1. 빈둥거리며 공항 구경하기

2. 텀블러에 든 물과 팩우유, 그밖의 음료가 기내 반입 불가라는 걸 뒤늦게 확인하기

3. 액체류 죄다 위장 속으로 인멸하고 짬짬이 화장실 들락거리기

4. 공항 콘센트에 110v 변환 젠더가 기본으로 꽂혀 있는 거 보고 신기해하기

5. 시간 좀 남았다고 돼지고기 김치찜 한사발 크어어

등등. 지금 다시 봐도 정말 하찮다.  탑승 시간이 아슬아슬해져서 막판에 전력질주를 한 것은 이 일련의 하찮은 일과들의 나비효과였을 터.

공항을 질주하던 그때,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단 세 가지였다.

1. 왜 공항이 이렇게 넓냐.

2. 왜 탑승구 가려면 전철을 타야 하냐.

3. 왜 8번 탑승구는 저 멀리, 제일 끄트머리 쪽에 있는가.

지가 늑장 부려놓고 3살배기처럼 왜를 남발하다니. 철이 덜 들었군. 그래도 비행기는 탔다. 훗... 김백경 뜀박질 실력 아직 안 죽었지롱.

그런데 수속할 때 좌석 업그레이드를 시켜준대서 오 나이스 하고 수락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비상구 통로 쪽 자리였다.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승무원 도와서 사람 탈출시켜야 한단다. 업그레이드 맞아요?

거기에 눈비가 동반된 악천후로 대기까지 다소 불안정했다. 괜찮은 거 맞지요? 플래그 착실히 쌓고 있잖냐. 불안한 심정으로 좌석 팔걸이를 정성껏 붙들었다.

비행기가 뒤흔들릴 때마다 덩달아 뒤틀리는 몸. 그리고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깨달음. 아, 맞다. 나 고소공포증이랑 비행기 멀미 있지. 비행기를 10년 만에 타서 까먹었다, 젠장.

난기류를 헤치고 내가 도착한 곳은 지옥...이 아니라 다행스럽게도 타카마츠였다. 우째도 살아서 도착했다. 만세!

웰캄 투 카가와.

포켓몬과 관련된 tmi를 풀어보자면, 카가와에도 홍보대사 포켓몬이 있다. 야돈. 카가와의 명물 우동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야돈이 홍보대사로 뽑혔다나. 누오보다 몇 년 앞서 홍보대사가 되었기 때문에 관련 상품도 꽤 많은 걸로 안다. 누오와 야돈, 고라파덕 트리오가 꽤 인기 있는 조합으로 아는데 셋 다 좋아하시는 분들은 카가와와 고치를 모두 돌아보는 동선으로 여행 계획을 짜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 공항이 자리 잡고 있는 타카마츠시의 규모가 큰 편이라 교통도 꽤 편리해서 이동 시의 불편함은 그렇게 큰 편은 아닌 걸로 알고 있고.

어쨌든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짐을 찾고, 입국 심사를 거치고, 도시락을 켜고, 화장실에 다녀온 뒤, 공항 ATM에서 현금을 뽑은 것으로 드디어 나는 첫 일본 여행을 즐길 준비를 모두 마쳤다. 

현지에서 쓸 비용으로 4만 엔을 준비했고 고치는 카드가 안 되는 곳도 많을 수 있다고 해서 3만 엔을 현금으로 인출, 1만 엔은 트래블로그 카드에 킵해두었다. 누오야. 내가 간다.

...그런데 고치까지 어떻게 가더라. :3

(다음 편에 계속)

대체공휴일은 어떻게 하고 왜 이 시간에 포스팅을 올리느냐 하면 말입니다. 그날 약속이 생각보다 늦게 끝났고 집 와서 또 머리 대자마자 잠들었고 오늘 회사에서 할 일이 없어 비는 시간에 갈무리해서 올렸기 때문입니다. 머슥ㅎㅎ

다음 편은 아마 주말에 올라가지 싶어요. 평일에는 퇴근 후에 하는 일이 있거든요. 시간 부족의 문제도 있지만 기력의 문제가 조금 더 큰... ^^

이번 편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부터 본격적으로 고치를 돌아다니는 얘기가 나올 거예요 :D 그럼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