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오의, 누오를 위한, 누오에 의한 여행 - 장터 편

첫날 들른 곳들이 쇼핑몰과 시장이어서 제목을 요렇게 뽑았습니다


지난 글 마지막 내용을 좀 낚시질로 뽑았는데, 사실 처음 해외여행 오면서 홀몸인 주제에 동선도 철저히 뽑아놓지 않으면 그건 혼자 여행 가는 것 그 자체보다도 더 미친 짓입니다. 죄송합니다. 근데 이 편이 더 재밌잖아요. (얼씨구)

대신 비행기에 탔을 때 수납 공간이 좁아서 그만 바깥에 매달리고 만 누토오들의 하찮고 웃픈 짤을 사례로 드립니다(읽으시는 분들 예상 반응: 이사람 쟤네 최애인 거 맞나)

사설이 길었네요. 바로 갈게요 ^^

지난 편 내용 요약

여행 계획 이차저차 리뉴얼-처음 가본 인천공항에서 출발 지연 사태로 늑장 부리다 첫 해외여행 비행기 놓칠 뻔함-세워져 버린 플래그와 비행기 멀미로 불안에 떨었지만 우째도 살아서 타카마츠공항 도착

그래서 동선을 요약하면, 리무진버스를 타고 유메타운으로 가서 고치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면 되었다. 그래서 유메타운으로 가는 버스 표를 뽑았는데, 그때부터 조금 간지러운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나를 심상찮은 눈길로 보고 계신 중년 직원 분의 존재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1. 새파란 한국 젊은이가

2. 일행도 없는 거 같고

3. 일어 잘하지는 않을 거 같고

4. 좀 어벙해 보이는데

5. 도와줘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리무진 버스 표를 사자마자 그분은 풀숲에 막 들어간 레드에게 바로 따라붙던 오박사처럼 내게 다가와 어디 가는지 물어보셨다. 아, 이러니까 진짜 포켓몬 때문에 여행 온 사람 같네. 맞지만.

내 손에서 캐리어를 슬쩍 낚아채시고 앞장서시더니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시던 그분은, 앞장서서 연구소로 레드를 데리고 가던 오박사처럼 나를 목적지 승강장까지 인도했다. 이 버스 타면 된다고. 낚아채신 캐리어를 짐칸에 직접 넣어주시기까지 했다.

일본은 서비스 종사자 분들의 상냥함으로 유명한 나라라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겪으니 꽤 인상적이었다. 이후 일정에서도 현지인 분들께 도움과 배려를 참 많이 받았고, 그럴 때마다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 게 기억이 난다.

어쨌든 연신 아리가또고자이마스를 말하며 버스에 올라탔고, 20분 정도가 지나 유메타운 근처 정류장에서 내렸다.

(이 다음 내용부터 방문한 장소별로 있었던 일들을 정리합니다)

<유메타운>

여기부터가 지리도 잘 모르고 혼자 여행 온 사람의 역경의 시작이었다. 여기서 육교로 가서 반대편 길가로 가서 쭉 걸으라 하는데... 

육교 어디 있는교? 갑자기 화창해진 날씨 아래 캐리어와 배낭을 이고 진 채로 뽈뽈거리며 10여 분 정도를 헤맨 뒤에 터미널이 있는 곳 근처까지 도착했다. 육교를 간만에 이용해보는 데다가 겁내 높아서 캐리어를 끌고 가는 내내 으허헝 높아 무서워 하고 꼴값을 떨었던 건 우리만의 비밀입니다.

유메타운에는 큰 쇼핑몰이 있어서 그곳을 기준으로 삼으면 내가 있는 곳과 방향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여기가 맞나 의심하기 쉬운 정류장의 한없이 소박한 규모에 있었다. 나는 그랬다.

(출처: https://www.yonkou-bus.co.jp/guide/counter.html#yume )

헤매던 중에 정신이 없어서 터미널 사진을 까먹은 것도 우리만의 비밀입니다.

(사진은 주차장 쪽 후문이라 좀 넓어 보이는데 정문으로 보면 저 건물을 같이 쓰는 기념품 판매소랑 터미널이 구분되어서 꽤 작고 협소함)

그때는 길찾기에 정신이 팔려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살던 고향에 있던 소형 버스터미널과 비슷했다. 고속도로가 경로에 포함되어 있어 목적지로 빠르게 갈 수 있는 노선이 있는 시외버스를 탈 수 있는 터미널.

어쨌든 소소한 헤맴 끝에 정류장에 도착한 나는 비행기가 연착되지만 않았다면 타고도 남았을 버스가 이미 20여 분 정도 전에 떠나갔다는 것을 보고 한 시간 반쯤 뒤에 오는 버스 표를 끊었다. 넉넉잡아 2시쯤에 도착할 것 같았는데 이대로면 4시를 넘겨 도착하겠군. 사실 그런 것도 이미 내다봤어서 기분은 평온했지만.

정류장에 붙어 있던 기념품점 겸 작은 카페는 12시를 넘기니 점심시간이라는 이유로 영업을 잠시 종료해서 근처에 있던 패밀리마트 편의점에서 카레 도시락을 사서 먹었다. 흔한 일본식 카레 맛. 가격이 살짝 비싸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패밀리마트가 다른 편의점보다 도시락이 약간 더 비싼 편이라는 걸 알게 됐다. 로손에선 같은 가격으로 꽤 알찬 도시락을 살 수 있더라.

<고치시 1일차>

리무진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하늘이 제법 맑게 개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다시 흐려지고 고치에 도착하기 얼마 전부터 비가 왔다. 한국도 일본도 그다지 날씨가 화창한 날은 아니구만. 

버스에서 쓰담쓰담했던 누토오들 사진도 스윽.

그래도 다행히 비가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우산을 챙겼기에 문제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어서 그러려니 하고 버스에서 내려 호텔로 향했다.

 호텔 직원 분들도 참 친절하셨다. 나는 안 젖었는데도 캐리어가 젖었다고 닦으라고 체크인 전에 수건을 건네주시더라.

체크인 때 호텔에서 객실이 없어 첫 객실에서 2박을 한 뒤 다른 방으로 옮기는 걸로 1박을 예약했는데 혹시 한 방을 쭉 쓸 수 있는지 문의했다. 아쉽게도 다른 방도 예약이 다 차 있어서 그렇게는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아 그렇구나 했는데 평생 들을 스미마셍을 여기서 다 들었지 싶다. 이런 부분에 글케 신경 안 쓰는데 이렇게 깍듯하게 응대해 주시니 되레 황송할 정도였다.

객실은 아주 널찍하고 좋았다. 짐을 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악천후 때문에 기온이 낮아서 경량패딩보다 보온성이 좋은 코트를 입은 상태였다) 가방 속에 갇혀 있던 누오를 침대에 고이 뉘어주고 시내로 뛰쳐나갔다. 

얘들아 아부지 맛난 거 사오꾸마. 단디 이불 덮고 쉬고 있으래이. 호다닥.

<고치시 1일차- 이온몰>

김이소가 고치에 도착하자마자 향한 첫 번째 방문지는 바로 이온몰이었다. 포켓몬 빵 하나 사겠다고 이랬다. 도른놈. SPC가 묻지 않은 데다 누오와 우파의 이름이 새겨지기까지 한 포켓몬 빵. 사실 빵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지금 생각하면 온 김에 먹어야겠다는 일념이 꽤 강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이온몰에 포켓몬 빵을 팔더라는 얄팍한 정보 하나만으로 추적추적 오는 빗속에서 20분 정도를 걸어 가장 가까이 있던 이온몰에 도착했다.

백화점처럼 브랜드별로 입점한 점포가 대다수라 여기서 진짜 파는 거 맞나? 하고 무작정 걸었는데 다행히 마트가 보여 그쪽으로 빠질 수 있었다. 공산품 빵은 마트에서 팔지, 음음.

과자/간식류 코너 쪽에서 빵을 찾다가 발견한 꼬지모. 사도 어디에 놓을 거냐는 이성의 외침에 발걸음을 돌려 빵이 있는 곳으로 갔다. 코너를 뱅뱅 돌다 빵을 못 찾아서 직원 분께 포켓몬 빵 어디 있나요 하고 물어보고 그분을 쫄래쫄래 따라가서 찾은 건 우리만의 비밀입니다.

그리고 누오 빵은 없었다. 우파 빵도 없었다. 흐아앙 누오야. 흐아앙 우파야. 어쩌겠는가. 우리 애들이 메이저인 것을.

결국 취향에 맞는 빵 두 봉지를 사들고 귀환했다. 큰 건 띠부씰 두 개가 들었다. 조금이라도 누오우파토오를 뽑을 확률을 높이고자 한 발악의 흔적이다.

 덤으로 셀프 계산대에서 삽질하고 지갑 흘린 줄도 모르다가 뒤에 계산하러 오신 다른 손님분이 직원분께 흘린 지갑을 건네서 내 손으로 돌아오게 된 것도 반드시 우리끼리만 알아야 할 비밀입니다.

(평소엔 안 이럽니다. 잠과 휴식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인 주의력 결핍입니다. 진짜임.)

여튼 그렇게 빵을 봉지째로 품에 끼고(장바구니 챙길걸) 호텔에 다시 와서 빵을 지금 먹을지 밖에 다시 나갈지 고민하다 밖으로 다시 나갔다.

<히로메시장>

이유는 간단했다. 히로메시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는 가방에 싸들고 다닐 수 없으니까.

그렇게 또 20분 정도를 걸었다. 먹은 것과 반비례하는 이동 거리와 비와 추위에 시달린 내 몸뚱아리는 연료를 달라고 절실하게 아우성치고 있었다. 그렇게 묘진마루라고 하는, 히로메시장 쪽에서 제법 유명한 가츠오타다끼 가게에 도착했다. 

가다랑어를 불에 그을리는 퍼포먼스도 볼만하다. 그렇게 저녁밥으로 먹은 건 가츠오타다끼 정식에 사이드로 오뎅이랑 닭껍질 튀김...

...인 줄 안 고래껍질 튀김이었다. 이보쇼.

여기 국제 사회 눈치 보면서도 고래 무쟈게 잡는 일본이었지. 다음부터는 메뉴 이름을 잘 보고 시켜야겠다 생각하며 받아온 음식을 싸그리 먹어치웠다. 이미 조리한 건데 음쓰로 버릴 순 없잖애. 왜인진 몰라도 마늘이 안 맵고 되게 달았다. 물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화한 지역이라 그런가 했다.

그 뒤에는 시장을 조금 더 둘러봤다. 소프트콘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핥아먹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봤고, 미레 비스킷 샵에 들러 누오 미레 비스킷도 두 줄 샀다. 이후에 한 줄을 더 샀는데, 그런데도 더 넉넉히 살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비가 그렇게 넉넉하지 않았고 회사에 발렌타인이라고 이미 초콜릿을 뿌리고 왔는데도 그랬다. 다음에 또 갈 일이 있을 거 같으니 그때 더 사오는 걸로.

덧붙여 숙소에서는 욕조 목욕과 호텔 이불의 시너지로 머리를 누인 지 3초 만에 훌륭하게 기절했다. 꿀잠 자기에 아주 안성맞춤인 시설, 최고의 호텔이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이하는 누토오 인형들의 안위가 걱정되었던 분들께 전하는 멧쎄지입니다.

다행히 누오와 토오는 승무원 분께 발견되어 매달린 지 십여 분 뒤에 수납 칸에 편안하게 누워서 쾌적하게 시간을 보냈답니다. 해피 엔딩 ^^

+우리만 알아야 할 비밀 시리즈는 앞으로도 소소하게 계속됩니다(ㅎ)